완성

SOL, 마지막 한 점

2025년 11월 · 스튜디오

완성된 그림 SOL

아홉 달을 겹쳐 온 캔버스 앞에 섰을 때, 그림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었다. 빈 곳이 아니라, 모인 곳이 모인 채로 닫히지 않은 느낌. 며칠을 그 앞에 앉아 보며, 그림이 스스로 마지막을 가리키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날 아침, 북악산에서 가져온 가장 고운 주(朱)를 조금 꺼냈다. 붓끝에 묻힌 색이 캔버스 위에 닿을 자리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하루의 빛이 모이는 자리, 그림의 이름이 될 자리. 한 점을 올렸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오래 기다린 자리는, 닿자마자 자리를 잡았다.

이름, SOL

그 한 점이 올라간 뒤, 그림은 비로소 닫혔다. 그리고 그림이 스스로 이름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한 점은 작은 해, 곧 sol이었다. 라틴어의 해이자, 우리말의 '솔(率)'처럼 모인 것의 중심. 여러 뜻이 겹쳤지만, 결국 한 점이 모든 것을 모으는 자리라는 뜻 하나로 SOL이라 했다.

그림은 마지막 한 점에서 시작된다. 그 점이 모든 층을 거슬러 의미를 가리킨다.

캔버스를 벽에 기대 두고 며칠을 보냈다. 마지막 층이 충분히 마른 뒤, 색보와 함께 상자에 넣었다. 아홉 달의 걸음이 한 점으로 닫히는 날이었다.

〈SOL, 마지막 한 점〉 — Aether Protocol 현장 기록, 2025년 11월.

← 일지로 작업 과정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