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

붉은 흙을 고르는 법

2025년 3월 · 북악산 자락

붉은 흙이 묻은 손

처음 흙을 캐러 나갔을 때, 나는 색을 고른다기보다 흙을 주웠다. 손에 닿는 대로 주머니에 넣었지만, 돌아와 말려 보면 대부분이 회빛이었다. 붉음이라기보다 어두운 갈색, 그것도 물들면 누렇게 빠지는 종류였다.

며칠을 되갈아 보며 알게 된 것은, 좋은 붉은 흙은 젖었을 때보다 말랐을 때 색이 더 선명하다는 것이었다. 손끝에 묻힌 뒤 살짝 비벼 보면, 입자가 고운 흙은 피부 위에서 반짝이듯 밝아지고, 거친 흙은 그대로 탁하게 남았다. 그 뒤로는 현장에서 손등에 묻혀 보는 것이 기준이 되었다.

세 가지 기준

첫째, 색은 젖은 상태가 아니라 마른 상태로 본다. 둘째, 손끝에 묻혔을 때 입자가 피부 위에서 밝아지는 것을 고른다. 셋째, 흙이 묻은 자리의 바로 옆, 풀이 자란 땅보다 바위가 드러난 자리의 흙이 대체로 입자가 곱다.

이 기준으로 북악산 자락을 두 번 더 걸었다. 세 번째에는 병 하나를 채울 만큼 선명한 붉은 흙을 만났고, 그것이 SOL의 주홍 기조가 되었다. 채집한 날의 메모에는 "바위 아래, 햇볕 드는 자리, 손등에 밝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좋은 색은 현장에서 결정된다. 스튜디오에서는 이미 늦다.

지금도 채집을 나갈 때는 손등에 묻혀 보는 일을 빼지 않는다. 그 작은 행위가, 돌아와 말려 갈 때까지 내가 무엇을 가져오는지를 정해 준다.

〈붉은 흙을 고르는 법〉 — Aether Protocol 현장 기록,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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