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색
여섯 색이 만나는 지점
2025년 7월 · 스튜디오
2025년 7월 · 스튜디오
여섯 색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종이 위에 겹쳐 칠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 색씩, 그다음에는 세 색, 마지막에는 모두를 얇게 겹쳤다. 놀랍게도, 겹치는 순서가 바뀌면 같은 여섯 색에서 전혀 다른 계절이 나왔다.
주(朱)를 먼저 칠하고 황(黃)을 겹치면 늦여름이 되고, 황을 먼저 칠하고 주를 겹치면 이른 가을이 된다. 청(靑) 아래에 록(綠)을 두면 깊은 물이 되고, 록 아래에 청을 두면 그늘진 숲이 된다. 순서가 빛이었고, 겹침이 시간이었다.
결국 SOL은 이른 아침에서 늦은 오후로 가는 하루의 빛을 담기로 했다. 밑은 청과 록의 깊은 층, 중간은 갈과 황의 따뜻한 층, 위로 올수록 주가 얇게 겹쳐지다 마지막에 한 점으로 모이는 구조. 한 캔버스 안에 하루를 접어 넣는 방법이었다.
혼합이 아니라 겹침. 섞어서 지우는 것이 아니라, 층으로 쌓아 두는 것.
이 결정 뒤로 팔레트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색보는 여섯 색 그대로, 다만 겹치는 차례와 두께만을 조절하며 그림을 그려 나갔다.
〈여섯 색이 만나는 지점〉 — Aether Protocol 현장 기록, 202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