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캔버스 위의 첫 층

2025년 8월 · 스튜디오

캔버스에 첫 안료를 칠하는 장면

밑그림을 올리는 데 사흘이 걸렸다. 연필이 아니라, 옅게 희석한 묵(墨)으로 선을 그렸다. 묵선은 지울 수 없기에, 한 획을 그을 때마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음 획까지 기다렸다. 그 사이에 그림의 겹이 스스로 정해졌다.

첫 안료는 청이었다. 가장 깊은 곳부터 칠하기로 했다. 붓에 묻힌 색이 캔버스에 닿는 순간, 몇 달간 갈아 온 돌이 드디어 그림이 되는 순간이었다. 손이 떨릴까 조심했지만, 막상 닿자 손은 차분했다. 오래 준비한 색은 붓끝에서 스스로 자리를 찾았다.

얇게, 그리고 기다리기

첫 층은 아주 얇게 칠했다. 두꺼우면 마르는 데 오래 걸리고, 그 아래의 묵선을 덮어 버린다. 얇은 층은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아래의 선이 은은히 비치도록 두는 것이었다. 한 층이 마르는 데 사나에서 닷새. 그 시간 동안 나는 다른 색을 갈거나, 다음 층의 두께를 종이 위에 시험했다.

그림의 대부분은 칠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첫 층이 마른 뒤, 캔버스는 전과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아직은 빈 곳이 많지만, 어딘가에 깊이가 생겼다. 그 깊이가 앞으로 겹쳐질 모든 층의 바탕이 될 것임을 알았다.

〈캔버스 위의 첫 층〉 — Aether Protocol 현장 기록,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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